중이염

'중이'란 어디인가요? 무슨 역할을 하나요?

귓바퀴에서부터 고막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내시경을 넣어서 밖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을 '외이(external ear)'라고 하고, 고막 안쪽 부분을 '중이(middle ear)'라고 합니다. 이 중이 안에는 '소리뼈(이소골, ossicle)'가 위치하고 있는데요, 아마도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흔히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라는 이름 한번쯤 들어본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소리 자극이 귀 안으로 들어와 고막의 진동을 일으키게 되면, 이 소리뼈들이 움직이면서 소리 자극을 내이(inner ear)를 거쳐 안쪽의 청신경으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이염이란?

중이는 소리뼈 이외에는 공기만 가득차 있는 공간이어야 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균 감염과 같은 이유로, 이 중이 공간 내에 염증이 차는 상태를 '중이염'이라 합니다. 우리는 흔히 '중이염'이라고 쉽게 부르지만, 증상이 지속된 시기와 상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급성 중이염' 시기에는, 중이 안에 염증이 꽉 차면서 고막이 팽창하기 때문에, 급성 염증반응으로 인한 발열과 함께 귀가 아프다는 증상을 호소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내시경으로 고막을 관찰하게 되면 고막이 부어올라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급성 시기가 끝나고 회복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염증으로 인한 삼출물이 중이 내에 남아 있어 '삼출성 중이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염증이 심하지 않아 통증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이 안에 액체가 차 있어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으므로, 귀가 먹먹한 느낌과 함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중이염이 반복적으로 발병하다가 만성화가 되면, '만성 중이염'이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만성 염증에 의해 고막에 구멍이 생기고(고막 천공), 소리뼈가 염증에 의해 녹아 없어져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막에 뚫린 구멍을 통해 염증이 밖으로 나오므로 귀에서 고름이 나오기도 하며(화농성 이루), 고막과 소리뼈의 이상으로 인해 난청이 생기기도 합니다.
 

중이염은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모든 중이염을 무조건 수술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급성 중이염의 경우 필요에 따라 항생제, 진통소염제 등의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치료할 수있습니다. 삼출성 중이염의 경우에도, 내시경 소견에 따라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기다려  보기도 합니다. 

다만 삼출성 중이염 때문에 청력이 저하되어 있으면서 자연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경우, '환기관 삽입술(ventilation tube)'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 수술은 고막에 아주 작은 구멍을 내어, 중이 내에 고여 있는 삼출물을 제거한 이후 아주 작은 환기관을 고막에 삽입하여, 중이 내의 환기를 도와 주고 중이염이 재발하지 않게 하는 수술입니다. 환기관은 약 1년 정도 지나면 저절로 제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성 중이염 때문에 고막과 이소골이 소실되어 있는 심한 경우에는, 전신마취 하에서 중이의 염증을 제거하고 고막과 이소골을 다시 만들어주는 '유양돌기절제술(mastoidectomy)' 및 '고실성형술(tympanoplasty)'와 같은 근본적인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재발성 중이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개발된 신의료기술인, '풍선 이관성형술(balloon E-tube plasty)'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수술은 중이와 코를 연결해 주는 '이관(유스타키오관, E-tube)'을  내시경과 풍선을 이용하여 확장해 줌으로써 중이의 환기를 돕는 방법인데요, 국소마취 혹은 수면마취 하에서 매우 간단하게 수술할 수 있고 출혈 등의 합병증이 매우 적으면서 효과적인 수술입니다.